2021. 7. 17. 23:18ㆍ카테고리 없음
지난 금요일은 경매고급 5기 5조 임장일이었다.
평일이었음에도, 휴가를 내시거나 특별히 시간을 비우셔서 조원들 대부분이 참석하셨고
잠실에서 모여 사전미팅을 한후 동선을 고려하여 2개조로 나누어
1번팀은 채권자들과 경매개시신청을 한 은행을 만나고,
2번팀은 후순위 채권자들과 물건지 부동산 탐문, 전입세대열람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이날 임장의 핵심목표는 채권자들을 만나서 같은 편으로 섭외한 뒤,
경매사건의 이해관계자인 그들로부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서 법원기록을 열람할 권리를 얻는 것이었다.

비오는 금요일 낮에, 채권자들이 우리를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지 알 수 없어서 좀 심란했긴 했지만
현민쌤이 수업 때 말씀하셨던 '등기부상 채권자들을 만나러 가는 진짜 임장'을 한다고 생각하니 몹시 기대되었고,
혼자서는 가기 무거웠을 발걸음이었음에도, 샤이니캐럿님, 고관배님 과 함께 투자괴담(투자로 돈잃은이야기)을 나누며 가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경매사건 성격상 임장이 편안하진 않고 무거울수 밖에 없는데,
몇일전 같은 조원인 멋진 청년 주누주누님이 단독으로 임장을 능숙하고 거뜬하게 하시면서, 매수자 포지션으로 물건지 내부를 둘러보시고, 1번 채권자 연락처를 어렵게 받아서 통화까지 해내신 모습을 보고 분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채권자들을 처음뵙는 순간 어색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비타500을 샀다.
조원분들과 미리 작성해본 배당표 계산에 따르면, 지금 만나러 가는 채권자는 배당 받을 금액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방문은 그의 상처만 헤집을 수 있기 때문에, 말이 꼬이지 않도록 샤이니캐럿님, 고관배님과 계속 연습했다.
"저희는 경매사건~~ 관련해서, OO회사에서 현장조사를 나왔는데요. 아시다시피 다음주 월요일이 입찰일인데,
배당 관련해서 대응전략이 있으신지 같이 고민해보고, 채권자님 말씀을 들어보고자 방문했습니다. 잠시 시간되실까요?"
이 정도로 하면 듣는 쪽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들어보자는 의도로 접근한 것이라서 열린 결말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근두근 거리며 초인종을 여러차례 눌렀으나 인기척은 없었다.

한 다섯번째 눌렀을 때 간신히 채권자 가족이 나오셨고 외출중이라고 말씀하셔서
명함을 드리면서, 연습한 그대로 말씀드리고 채권자가 돌아오셔서 전화주시면 같이 해결책을 고민해볼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드리고 나왔다.
이어서 찾아간 후순위 채권자님은 초인종을 10번 가량 눌렀으나 인기척이 없으셔서 포기했고,
물건지 부동산 세군데 정도를 돌면서 물건지를 잘 아는 핵심부동산을 통해 물건 히스토리를 파악하였다.
부동산에 들어간 컨셉은
경매사건의 현장조사보고서 작성이었다.
서로 시간낭비하지 않기 위해, 바로 지번 말씀드리고 비타500드리면서
경매사건 때문에 회사에서 현장조사 나왔는데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였더니
전/월세 가격 뿐만 아니라
물건지의 다수 세대에서 부실공사 이슈가 있어서 개별공사하고 입주하였다는 점,
건축주가 최근 건물을 올린 다른 지역을 파악할 수 있었고
추후 낙찰 받으면 임대를 부탁드리기로 하였다.
여기까지로 이날 임장이 끝난줄 알았다.
근데, 다시 모이기로 했던 잠실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조장님이 전화로 말씀하시길
"지금 채권자 연락이 닿았는데, 혹시 바로 보내야 될수 있어서 위임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때가 이제 하루종일 들고다닌 노트북이 의미있어지는 순간이었다.
잠실역에 내려서 재빨리 위임장을 작성해보았다.

위임장을 조장님께 보내드리고, 조원분들을 카페에서 만났는데 채권자로부터 전화가 왔고,
전화 온 채권자는 배당받을 금액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긴 했지만,
일단 우리가 소유자 라인인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확인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때부터가 바로 "누렁이님의 시간"이었다.
불필요한 감정은 배제한 목소리로 누렁이님은 세가지 논조로 채권자님을 설득했다.
첫째,
우리가 소유자라인이라면, 굳이 번거롭게 위임장, 인감증명서를 요청할 필요 없이 이미 법원기록은 열람했을 것이란 점,
둘째,
우리도 소유자/채무자의 처사에는 분을 감출 수 없으며, 그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분들의 심정은 백번 공감한다는 점,
셋째, 우리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고 법원기록을 열람한다고 해서, 뾰족한 방안이 있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일단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은 법원기록 열람이어야 한다는 점 이었다.
마침내 약 20여분의 통화 끝에 채권자가 결정했다. 위임장 날인을 해주고, 인감증명서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의미는 이날 처음 통화한 조장님과 누렁이님을 반나절도 안되서 100% 신뢰한다는 뜻인 것이다.
우린 다같이 들뜬 마음으로 인천으로 향했다.
하루 2번 인천가는 길을 운전하신 누렁이님의 수고와
조장님, 초코크림님과 투자괴담(투자로 돈 잃은 이야기)을 나눈 끝에 안전하게 도착한 약속의 땅에서
우린 드디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획득했다.


앞으로 갈길은 멀었지만, 하루 만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획득은 실로 대단한 성과였다.
이제 다음단계는 법원기록 열람.
5조가 가는 길은 쉬운 길은 아니지만,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은 택하지 않았다는 신념으로
다함께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고 있고,
우리 5조 조원님들과 반드시 투자성공기를 만들고 싶다.
이날만큼 휴가를 의미있게 써본적이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꽉찬 하루였다.
p.s) 집에가는 길에 명함을 남기고 온 채권자님이 전화주셔서, 우리는 같은 편임을 최대한 인지시켜드렸다. 추후 진행상황에 따라 핵심카드가 될 수도 있는 분이었다.
조원님들 고생하셨습니다!